출처: [이병훈의 마켓 나우] 브로드컴은 ‘제2의 TSMC’가 될 것인가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print/25305588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선두는 엔비디아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경쟁자가 될만한 기업이 최근 부상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매출은 2024년 5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 성장했다. 이중 상당 부분이 AI 반도체 관련이라는 점이 큰 주목거리다.
AI에 적용되는 반도체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학습’에 주로 활용되는 반도체와 학습 결과를 ‘추론’에 적용하는 반도체다. 학습에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하는 대용량 컴퓨팅에 적합한 엔비디아의 화상처리칩(GPU)이 주로 사용된다. 추론 분야에서는 구글의 TPU, 메타의 MTIA, 화웨이의 기린 등 기업들이 각자의 응용분야에 맞게 특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를 따로 개발해왔다. AI의 활동 분야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학습과 추론의 활용 비율을 다르게 적용한 응용분야별 특화형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망이 엇갈리는 항목도 있다.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글로벌 초거대기업에서 운영하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개발팀에서 설계하는 칩이 엔비디아 같은 전문 설계 기업과 경쟁해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다.
엔비디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특화형 AI 반도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여 학습과 추론 분야 모두를 석권하려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략에 맞서는 것은 전략이다. 지난해 브로드컴이 거둔 성과 또한 전략의 결실이다. 브로드컴은 예상과 달리 자사의 XPU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여 엔비디아와 경쟁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선봉에 선 것으로 보인다. 마치 파운드리 분야에서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내세운 TSMC가 주도권을 잡게 된 상황과 비슷하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다변화 추세가 강화된다면 GPU용, XPU용, NPU용 HBM이나 전용 메모리 같은 특화된 수요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량생산 제품을 주로 취급해온 인텔과 같은 기업이 고객 중심의 다품종 파운드리 산업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 사례를 보면, 대량생산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기업들도 다변화되어 가는 반도체 산업에 적응하기 위한 미래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린 특화 반도체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와 생산자가 같이 개발을 시작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협력에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신뢰도를 가진 리더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젠슨 황, 리사 수와 같이 기술 추세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지명도가 높은 전문경영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출처: [이병훈의 마켓 나우] 브로드컴은 ‘제2의 TSMC’가 될 것인가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print/25305588
[이병훈의 마켓 나우] 브로드컴은 ‘제2의 TSMC’가 될 것인가
입력 2025-01-07 00:21:51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선두는 엔비디아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경쟁자가 될만한 기업이 최근 부상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매출은 2024년 5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 성장했다. 이중 상당 부분이 AI 반도체 관련이라는 점이 큰 주목거리다.
AI에 적용되는 반도체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학습’에 주로 활용되는 반도체와 학습 결과를 ‘추론’에 적용하는 반도체다. 학습에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하는 대용량 컴퓨팅에 적합한 엔비디아의 화상처리칩(GPU)이 주로 사용된다. 추론 분야에서는 구글의 TPU, 메타의 MTIA, 화웨이의 기린 등 기업들이 각자의 응용분야에 맞게 특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를 따로 개발해왔다. AI의 활동 분야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학습과 추론의 활용 비율을 다르게 적용한 응용분야별 특화형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망이 엇갈리는 항목도 있다.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글로벌 초거대기업에서 운영하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개발팀에서 설계하는 칩이 엔비디아 같은 전문 설계 기업과 경쟁해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다.
엔비디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특화형 AI 반도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여 학습과 추론 분야 모두를 석권하려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략에 맞서는 것은 전략이다. 지난해 브로드컴이 거둔 성과 또한 전략의 결실이다. 브로드컴은 예상과 달리 자사의 XPU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여 엔비디아와 경쟁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선봉에 선 것으로 보인다. 마치 파운드리 분야에서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내세운 TSMC가 주도권을 잡게 된 상황과 비슷하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다변화 추세가 강화된다면 GPU용, XPU용, NPU용 HBM이나 전용 메모리 같은 특화된 수요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량생산 제품을 주로 취급해온 인텔과 같은 기업이 고객 중심의 다품종 파운드리 산업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 사례를 보면, 대량생산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기업들도 다변화되어 가는 반도체 산업에 적응하기 위한 미래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달린 특화 반도체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와 생산자가 같이 개발을 시작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협력에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신뢰도를 가진 리더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젠슨 황, 리사 수와 같이 기술 추세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지명도가 높은 전문경영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