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TC 인사이트[이병훈의 마켓나우] AI 붐은 1990년대 말 광통신 버블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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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의 마켓나우] AI 붐은 1990년대 말 광통신 버블과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2026.09.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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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요즘 반도체 주식시장은 AI가 버블의 정점인가 아닌가를 두고 하루가 다르게 출렁인다. 이 논쟁에 소환되는 유사 사례는 1990년대 말 광통신 붐이다.


당시 통신사들은 막대한 부채를 끌어와 광케이블을 깔았다. 한 번 땅을 파면 추가 매설 비용이 0에 수렴하는 특성이 공급 과잉을 불렀고, 결국 ‘다크 파이버’(불 꺼진 광섬유) 사태와 나스닥 폭락으로 이어졌다.


지금 반도체는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4사가 2026년 집행하겠다고 밝힌 설비투자 합산액은 1년 전보다 77% 급증한 725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변동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등 거시경제의 하강 국면과 맞물리며, 막대한 투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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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AI는 광통신과 명백히 다르다. 첫째, 창고에서 잠자는 다크 GPU가 없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GPU는 여전히 발주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이 수개월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한다. 둘째, 빅테크들이 차입금을 활용하지만 투자의 일정 부분을 자체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당하고 있다. 셋째, 당시와 달리 AI 클라우드는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AI 에이전트 같은 응용 분야도 등장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전력 제약이라는 물리적 장벽이다. 광케이블은 땅만 파면 됐지만,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공급 없이는 가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새로운 발전소와 송전망 구축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든다. 역설적으로 이 전력 인프라의 병목은 과잉 공급을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공급이 점진적으로만 늘어날 수 있기에 과거처럼 극단적인 붕괴가 일어날 확률은 낮다.


그렇다고 잠재적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AI 활용도가 인프라 구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AI 모델의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GPU 인프라 구축 수요가 급감하는 경우, AI 컴퓨팅 서비스의 가격경쟁으로 수익성 향상 속도가 늦어질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마냥 낙관론에만 기댈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반도체는 지금의 AI 붐에서 과거 광통신 붐의 ‘케이블’과 같은 위치에 있다. 다만 반도체는 단일 용도였던 광케이블과 달리 피지컬 AI처럼 다른 분야로 쓰임새가 확장될 수 있다. 관건은 이 차이를 실제로 살려낼 수 있느냐다. AI 발 위기가 닥치더라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과거 케이블 회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HBM 특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생태계를 한발 앞서 준비해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7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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