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TC 인사이트[중앙일보 지면] 오피니언: 이병훈의 마켓 나우 (2024.12.10) 반도체 위기, 우리의 '단결 DNA'가 답이다


원문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8646



[이병훈의 마켓 나우] 반도체 위기, 우리의 ‘단결 DNA’가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4-12-10 00:32:49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반도체 부문에서 최대 매출을 올린 10개 회사가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실적을 2021년과 2023년이라는 시점에서 국적별로 비교해보면, 미국은 33.2%에서 39.6%로 증가, 대만은 12.6%로 변동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18.4%에서 12.6%로 감소했다.

이처럼 도처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위기 원인에 대한 분석, 국제적인 경쟁 상황에 대한 분석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해 반도체 전쟁의 역사로부터 배울 점은 없을지 알아보자.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했을까. 1980년대에는 메모리에서 중앙처리장치(CPU)로 산업의 중심을 옮겼다. 20년 전에는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팹리스 산업으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경쟁력을 유지했다. 특히 80년대에는 세마텍이라는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통해 산업 내 협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회복했고, 제조 부문을 대만에 넘겨주는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팹리스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일본은 개별 기업 중심으로 생존을 꾀하다가 뒤늦게 남은 자원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보려고 했지만, 유기적인 결합에 실패해 결국 5년 전부터는 10대 반도체 기업 명단에서조차 사라지는 위기에 빠졌다. 지금도 반도체 부흥을 부르짖고 있지만, 대만 기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은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한 반도체 분야로 도피한 기업들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피해 구형(레거시)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차차세대 반도체기술을 선행 개발하면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도전의 시기에 안정을 꾀하거나, 뒤로 물러난 경우는 결국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국내 역량을 결집하거나, 국제 협력을 통한 효율화를 추구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니, 이런 역사적 교훈을 우리나라의 미래 전략에 반영해보면 좋을 듯한데, 최선의 전략을 실행하기에는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다. 이 장벽을 돌파하면서 미래 경쟁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범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협력체계나 기반구축을 이끌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

40대 총리, 40대 대기업 회장이 나오는 사회는 완벽한 리더보다는 리더의 자질을 가진 후보를 리더의 자리에 올려놓고, 훌륭한 리더가 되도록 함께 지원하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 있는 사회다. 우리 민족은 위기의 상황에 단결하는 DNA가 있다고 한다. 이제 그 단결의 DNA를 활용해서 새로운 리더를 만들고,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돌파해야 할 때가 됐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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