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너제이 GTC서 새 제품 공개한 삼성·SK하닉
GDDR7 통해 큰 손 '엔비디아' 마음 잡는 게 관건
[아시아타임즈=정인혁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각축전에 가려졌던 차세대 그래픽 D램GDDR(Graphics Double Data Rate)7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격화할 조짐이다. 특히 두 기업이 최근 공개한 ‘GDDR7’의 기술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 메모리 칩들이 전시돼 있다. GDDR 제품은 가운데 (사진=SK하이닉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8∼21일(현지시간) 진행된 세계 최대 AI(인공지능) 개발자 콘퍼런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에서 차세대 GDDR 제품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번 행사에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그래픽 D램인 'GDDR7'을 처음 공개했다. 최대 대역폭이 초당 128GB로 이전 세대인 GDDR6 대비 2배 증가했고 전력 효율성은 40% 개선됐다. GDDR D램은 그래픽 카드를 위해 만들어진 고속 메모리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하며 GDDR7은 7세대 제품이다.
업계가 SK하이닉스의 발표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스펙이 더 우위에 있는 제품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발표 이전까지 GDDR D램 개발은 삼성전자가 앞서 있었다. GDDR D램에서는 1초당 전송되는 기가비트 단위의 데이터를 의미하는 Gbps(Gigabit per second)가 중요한 스펙인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32Gbps 개발을 공표하며 기술적 우위를 보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개선된 최대 37Gbps 속도의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삼성 제품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제품을 공개하며 양상은 뒤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GDDR7은 최대 속도 40Gbps로 삼성전자보다 높은 수치를 구현했다. 전력 효율도 마찬가지다. 기존 GDDR6와 크기는 동일하지만, 전력을 25%나 적게 소모한다. 대역폭(Bandwidth)은 160GB/s로 GDDR6보다 2배 확대됐다.
현재 GDDR7의 최대 큰손은 AI 반도체 ‘큰 손’인 엔비디아다. 따라서 업계는 엔비디아의 선택에 주목한다. 엔비디아에 GPU를 주로 공급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사인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의 GDDR6X은 19~24Gbps 정도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말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제품의 속도는 32Gbps 정도다. 구체적 스펙에서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인만큼 엔비디아 역시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눈여겨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공개한 GDDR7 제품 (사진=삼성전자)
실제 업계에서는 한국산(産) GDDR7 제품이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데스크톱 GPU에 탑재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게다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는 최근 관련 회의를 열고 GDDR7의 기술 표준을 공식화했다. JEDEC는 반도체 등 전자장치의 통일 규격을 심의·책정하는 기구다.
메모리 표준화는 다양한 기기간 호환성을 높이고 제조 업체들 사이의 협업을 유도해 신기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메모리 기업들은 JEDEC 표준에 맞춰 성능, 가격 등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업계에서는 기술 표준이 확정됐다는 것을 두고 시장 개화가 임박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만큼의 파급력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경쟁은 있을 것이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 아니라 마이크론까지 엔비디아 마음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GDDR7이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어, 누가 어떻게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면서도 “다만 GDDR5가 시장 개화까지 시간이 걸렸던만큼 직접 매출이나 업계 판도를 뒤흔들만한 영향력을 갖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납품이 가능한 수준으로 양산 속도를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상반기를 목표로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PC나 로우앤드 데이터센터 등에서도 GDDR7를 통한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40325500283#_enliple#_mobwcvr
HBM 다음 경쟁은 ‘GDDR7’…삼성전자•SK하닉 앞서 달린다
정인혁 기자 입력 2024-03-25 16:06 수정 2024-03-25 16:06
美 새너제이 GTC서 새 제품 공개한 삼성·SK하닉
GDDR7 통해 큰 손 '엔비디아' 마음 잡는 게 관건
[아시아타임즈=정인혁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각축전에 가려졌던 차세대 그래픽 D램GDDR(Graphics Double Data Rate)7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격화할 조짐이다. 특히 두 기업이 최근 공개한 ‘GDDR7’의 기술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 메모리 칩들이 전시돼 있다. GDDR 제품은 가운데 (사진=SK하이닉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8∼21일(현지시간) 진행된 세계 최대 AI(인공지능) 개발자 콘퍼런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에서 차세대 GDDR 제품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번 행사에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그래픽 D램인 'GDDR7'을 처음 공개했다. 최대 대역폭이 초당 128GB로 이전 세대인 GDDR6 대비 2배 증가했고 전력 효율성은 40% 개선됐다. GDDR D램은 그래픽 카드를 위해 만들어진 고속 메모리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지원하며 GDDR7은 7세대 제품이다.
업계가 SK하이닉스의 발표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스펙이 더 우위에 있는 제품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발표 이전까지 GDDR D램 개발은 삼성전자가 앞서 있었다. GDDR D램에서는 1초당 전송되는 기가비트 단위의 데이터를 의미하는 Gbps(Gigabit per second)가 중요한 스펙인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32Gbps 개발을 공표하며 기술적 우위를 보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개선된 최대 37Gbps 속도의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삼성 제품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제품을 공개하며 양상은 뒤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GDDR7은 최대 속도 40Gbps로 삼성전자보다 높은 수치를 구현했다. 전력 효율도 마찬가지다. 기존 GDDR6와 크기는 동일하지만, 전력을 25%나 적게 소모한다. 대역폭(Bandwidth)은 160GB/s로 GDDR6보다 2배 확대됐다.
현재 GDDR7의 최대 큰손은 AI 반도체 ‘큰 손’인 엔비디아다. 따라서 업계는 엔비디아의 선택에 주목한다. 엔비디아에 GPU를 주로 공급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사인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의 GDDR6X은 19~24Gbps 정도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말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는 제품의 속도는 32Gbps 정도다. 구체적 스펙에서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인만큼 엔비디아 역시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눈여겨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7월 공개한 GDDR7 제품 (사진=삼성전자)
실제 업계에서는 한국산(産) GDDR7 제품이 엔비디아와 AMD의 차세대 데스크톱 GPU에 탑재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게다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는 최근 관련 회의를 열고 GDDR7의 기술 표준을 공식화했다. JEDEC는 반도체 등 전자장치의 통일 규격을 심의·책정하는 기구다.
메모리 표준화는 다양한 기기간 호환성을 높이고 제조 업체들 사이의 협업을 유도해 신기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메모리 기업들은 JEDEC 표준에 맞춰 성능, 가격 등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업계에서는 기술 표준이 확정됐다는 것을 두고 시장 개화가 임박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만큼의 파급력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경쟁은 있을 것이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 아니라 마이크론까지 엔비디아 마음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GDDR7이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어, 누가 어떻게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면서도 “다만 GDDR5가 시장 개화까지 시간이 걸렸던만큼 직접 매출이나 업계 판도를 뒤흔들만한 영향력을 갖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납품이 가능한 수준으로 양산 속도를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상반기를 목표로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PC나 로우앤드 데이터센터 등에서도 GDDR7를 통한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