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000
[이병훈의 마켓 나우] 반도체 경쟁, 이제는 '연결'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6-06-09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한때 반도체 경쟁은 더 작은 회로를 만드는 싸움이었다. AI 시대에는 칩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반도체 경쟁의 축이 미세화에서 서로 다른 기능의
칩을 하나로 묶어 AI 연산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이종집적
(heterogeneous integration)으로 이동하고 있다.
첨단 패키징은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통합하는 기술로,
이종집적을 구현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 기술은 전통적인 후공정(패키징·조립·
검사)의 범주를 넘어 미세공정 노하우와 대규모 자본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 결과
반도체 기업들의 후공정 내재화가 가속화되면서 칩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후공정업계(OSAT)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 첨단 패키징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은 메모리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AI 시대의 핵심 경쟁 무대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수치가 격차를 웅변한다. 대만은 세계 최대 OSAT 기업인 ASE를 포함해 글로벌
OSAT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수년째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팹리스, OSAT, 기판 기업이
가치사슬을 형성해 기술과 물량이 생태계 안에서 순환한다.

김지윤 기자
첨단 후공정 라인을 구축하려면 수천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이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발전시켜 온 배경이다. 그 결과 국내 OSAT
기업들은 R&D 투자 여력이 부족해 기술 격차가 벌어졌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도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
문제는 경쟁국들이 첨단 패키징 연합체를 구축하며 기술 표준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한 3D패브릭 얼라이언스를 통해
생태계를 결속하고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일본도 J-OSAT 연합체를 통해
첨단 패키징 표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도 협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만의 분업형 모델에 비하면 여전히 범용 공정 중심의 제한적 협력에 머물러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분야의 성공을 넘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OSAT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핵심 공정은 대기업이 맡되
후반부 공정은 OSAT로 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300㎜ 웨이퍼 기반 첨단
패키징 플랫폼 구축 사업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이 플랫폼은
OSAT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기술 고도화를 이끄는 거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AI 시대의 반도체 패권은 더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설계·
제조·패키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갖춘 나라가 승자가 될 것이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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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의 마켓 나우] 반도체 경쟁, 이제는 '연결'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6-06-09
한때 반도체 경쟁은 더 작은 회로를 만드는 싸움이었다. AI 시대에는 칩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반도체 경쟁의 축이 미세화에서 서로 다른 기능의
칩을 하나로 묶어 AI 연산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이종집적
(heterogeneous integration)으로 이동하고 있다.
첨단 패키징은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통합하는 기술로,
이종집적을 구현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 기술은 전통적인 후공정(패키징·조립·
검사)의 범주를 넘어 미세공정 노하우와 대규모 자본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 결과
반도체 기업들의 후공정 내재화가 가속화되면서 칩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후공정업계(OSAT)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 첨단 패키징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은 메모리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AI 시대의 핵심 경쟁 무대인 파운드리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수치가 격차를 웅변한다. 대만은 세계 최대 OSAT 기업인 ASE를 포함해 글로벌
OSAT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수년째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팹리스, OSAT, 기판 기업이
가치사슬을 형성해 기술과 물량이 생태계 안에서 순환한다.
김지윤 기자
첨단 후공정 라인을 구축하려면 수천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이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발전시켜 온 배경이다. 그 결과 국내 OSAT
기업들은 R&D 투자 여력이 부족해 기술 격차가 벌어졌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도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다.
문제는 경쟁국들이 첨단 패키징 연합체를 구축하며 기술 표준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한 3D패브릭 얼라이언스를 통해
생태계를 결속하고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일본도 J-OSAT 연합체를 통해
첨단 패키징 표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도 협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만의 분업형 모델에 비하면 여전히 범용 공정 중심의 제한적 협력에 머물러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분야의 성공을 넘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OSAT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핵심 공정은 대기업이 맡되
후반부 공정은 OSAT로 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300㎜ 웨이퍼 기반 첨단
패키징 플랫폼 구축 사업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이 플랫폼은
OSAT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기술 고도화를 이끄는 거점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AI 시대의 반도체 패권은 더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설계·
제조·패키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갖춘 나라가 승자가 될 것이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