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TC 인사이트[중앙일보 지면] 오피니언: 이병훈의 마켓 나우 (2025.10.21) '반도체 수퍼 사이클, 우리 전략은 무엇인가'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5311


[이병훈의 마켓 나우] 반도체 수퍼 사이클, 우리 전략은 무엇인가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반도체 수요의 중심축은 지난 30년간 개인용 컴퓨터에서 스마트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로 이동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힘은 인공지능(AI)이다. AI가 개인 단말기에서 완전히 구현되기 전까지는 데이터센터 중심의 가파른 반도체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흥미롭게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공급 확대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산업이 수년간 초호황을 누리는 ‘수퍼 사이클’ 진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시장도 기대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 구도에도 새로운 균열을 만들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승자독식 체제가 약화하자 2, 3위 기업에도 기회가 생기고 있다. 그만큼 후발 기업들의 추격 여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기술 혁신 속도는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 이는 머지않아 기업 간, 국가 간 ‘반도체 진검 대결’이 다시 벌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앞으로 경쟁에서 단순한 자본 투입 확대나 점진적인 성능 개선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진정한 경쟁력의 핵심은 두 가지 초격차 기술에 달렸다. 첫째, 폭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운영비용을 낮추는 전력 절감 기술이다. 둘째, AI 연산 부담을 개인 단말기로 분산시키는 ‘엣지 컴퓨팅’ 기술이다.

전력 절감 기술은 운영체계의 효율화뿐만 아니라 회로 설계, 반도체 소자, 재료공학 등 전 영역의 혁신을 요구한다. 최근 딥시크 사례에서 보듯, 효율을 극대화한 설계 혁신이 AI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 기술혁신 경쟁에서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절실하다.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전략적 판단에 근거한 ‘기초공학’에 대한 장기투자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2015년 미국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고, 개발 목표 시점을 10년~15년 뒤로 과감하게 설정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JUMP 1.0과 2.0 프로그램은 2035년까지 전략적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는 장기 비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차원 소재’(원자 한두 개 두께의 신소재) 등 기초소재 분야에서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세대 반도체 소재·소자 연구에서 상당한 기초 체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산·학·연이 함께 확고한 장기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야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는 단기 연구 지원이나 인력 양성 같은 대증처방 중에서 기업에 넘길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넘기고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기초 연구 체계 설계와 연구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

반도체기술융합센터, 포스텍

Center for Semiconductor Technology Convergence, POS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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